전 계엄과장 “포고령 수차례 써봤는데…12월3일은 굉장히 이상했다” [법정 417호, 내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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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계엄 임무를 수행하는 계엄사령부는 포고문을 만들 때 각각 조항에 대해 문항 하나하나, 국민이 오해하지 않게 디테일하게 검토합니다. 국민 기본권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요. 그런데 당시 포고문은 그런 세부 내용 없이 딱 6개 항목만 있었습니다. 굉장히 이상했습니다.” (권영환 대령)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9차 공판에는 권영환 전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대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도 증인으로 출석한 권 대령은 지난해 12월3일 계엄 선포 당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고, 평소 훈련하던 것과도 다르게 전개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12·3 불법계엄 선포 당시 박안수 계엄사령관 이름으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가 발표됐다. 다음은 포고령 전문이다.
권 대령은 이 포고문이 평소 계엄과장으로서 훈련, 연습하며 작성했던 포고령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계엄 포고령은 전시 상황에서 사령관이 국민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발표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그런 내용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합참과장으로 일하며 포고령을 작성한 경험이 아주 많다. 거기에 비춰 보면 12·3 포고령은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회’가 들어가 있는 것이 그랬다. 권 대령은 “계엄사령관은 입법이 아닌 사법과 행정을 일시적으로 관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포고령에 국회 관련 내용이 있는 것이 굉장히 이상했다”고 했다.
‘의료인’이 포함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포고령은 국가의 공공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게 목적인데, 의사들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게 굉장히 이상했고 이질적이었다”며 “법 전문가가 아닌데도 1번과 5번은 법적으로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제가 계엄과장으로 경험하며 만난 법무실 장교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게 그분들이 검토했다면 이렇게 나올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습 상황에서 만든 포고령을 가지고도 토씨 하나하나 따지는 게 계엄사 법무실입니다. 아마 계엄 업무를 해본 분들이 있었다면 이렇게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권 대령은 또 계엄 선포 수개월 전인 지난해 전반기부터 육군본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방첩사령부에서 유독 계엄에 관심을 보이는 관계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계엄을 오래전부터 모의했고, 그런데도 실제 절차나 매뉴얼은 전혀 따르지 않았다는 의심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권 대령은 “사실 계엄 발생 전에 김민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무총리) 등이 계속 얘기하길래, 음모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이 전례 없는 일이었기에 자꾸 의문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권 대령에 따르면 주위에서 “박안수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에 관심이 많다”는 말이 수차례 나왔다. 지난해 11월 계엄과에서 주관한 세미나에는 공문을 보내지도 않은 육군본부 작전과 관계자가 굳이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그 관계자가 회의 자리에서도 ‘총장님이 계엄에 관심이 많다. 본부 차원에서 지원할 것 없냐’고 얘기하길래 ‘육군본부는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계엄을 할지 하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을지훈련 당시엔 수방사가 화상으로 ‘수도 서울에서 수방사 단독으로 계엄 시 수행 방안’을 발표했는데, 권 대령은 “계엄은 전시, 전국 대상인데 서울만 대상으로 하는 것도 그렇고 수방사는 계엄 주체도 아닌데 뜬금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는 고동희 전 국군정보사령부 계획처장(대령)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 대령은 계엄 당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에 투입돼, 서버실을 점거하고 출입 통제 등 임무를 현장에서 지휘했다. 고 대령은 군사법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12·3불법계엄 전 문 전 사령관으로부터 “12월3일에서 5일 사이 상부 지시로 긴급 출동할 일이 있을 것이다. 장거리 출타나 휴가 계획이 없는 인원으로, 이동차량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12월3일 오전 10시, 고 대령은 전투모에 전투 조끼, 권총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처음에는 공포탄을 준비하라고 했으나, 해당 권총에는 공포탄이 없다고 하자 실탄을 인당 10발씩 챙기라고도 했다.
고 대령은 “상부 지시라고 하길래 저희보다 상급 부대는 정보본부, 국방부 정도라고 생각했다. ‘장관님의 지시가 있었다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전 사령관은 12월3일 오후 1시10분경 고 대령과 작전과장 서지훈 중령을 불러 선관위 과천 청사로 출동하게 될 거란 지시를 전달했다. 선관위 출입을 통제하고, 서버실 위치를 확인해 지키면 된다고 했다.
고 대령은 “선관위가 헌법기관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처음에 문 사령관이 과천 청사에 선관위가 있다고 해서 정부기관의 하나로 생각했고, 출입 통제를 하려면 기관 간 협조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임무를 지시받을 때 우리가 거기 들어갈 수 있느냐고 사령관에게 묻자,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말했다. 그 뒤 오후 10시20분경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우리가 들어가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전투조끼에 권총을 소지하고 선관위에 들어간 고 대령은 “다음날 아침까지 직원 출입을 통제하라”는 문 전 사령관 지시를 받았고, 직접 서버실에 들어가 사진을 촬영했다. 한 팀원은 1층 당직실 유선전화 선을 뽑기도 했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뒤인 4일 오전 1시30분경, 고 대령은 최종 철수하며 부대원들에게 “우리가 이상한 일에 휘말린 것 같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더 구체적으로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나오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검사가 ‘이상한 일에 휘말렸다’는 게 어떤 취지냐고 묻자, 한참을 망설이다 이렇게 답했다.
“굉장히 복잡한데, 일단은 먼저 떳떳하지 못한 일에 우리가 연루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그때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검사님은 적법, 위법 여부를 말하는데 제 머릿속에는 그걸 따질 기준이 없었고 스스로 생각할 때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꼈습니다. 나중에 누가 ‘너 그때 무슨 일 했어’라고 물어봤을 때, 내가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그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화에 가혹한 업계에서 편견에 맞서는 여배우들젊은층 전유물로 여기던 미니스커트·긴 머리 등 멋스럽게 소화
수년째 화장 끊은 앤더슨 이어 배리모어도 ‘민낯 해방감’ 피력와츠·실즈는 ‘나이듦’에 대해 다룬 책 펴내기도노화 향한 ‘거부’ 아닌 ‘호기심’과 ‘도전’ 이야기해
미국의 법학자 솔 레브모어는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과 공저한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에서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주름살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지혜와 사교성의 증거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젊음에 대한 선호가 강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젊은 시절의 외모를 보존하기 위해 신체에 개입한다”며 “미국인들은 해마다 성형수술에 130억달러 정도를 쓴다”고 썼다. 이어 “한국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받는 비율은 미국인들의 4배에 달한다”고 썼다는 것에 대해서는 더 설명하지 않겠다.
딱 제 나이에 맞는 외모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이를 거꾸로 먹는’ 동안 축에 끼지 못하면,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노안 취급을 받기 일쑤다. 노화에 가혹한 미국, 그것도 할리우드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언니’들의 당당한 라이프 스타일이 눈에 띄는 이유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었다고 어제까지 입던 옷을 하루아침에 치워버려야 할까. 미니스커트를 입기가 망설여진다면 샬리즈 세런의 스타일링을 눈여겨보자. 최근 세런은 인스타그램에 남색 스웨터에 페이즐리 패턴의 마이크로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여기에 빨간색 메리제인 슈즈로 포인트를 줘서 생기 있는 룩을 완성했다. 스트랩이 발등을 안정감 있게 잡아주는 ‘소녀풍’의 메리제인 구두는 더 이상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이 부담스럽다면 귀네스 팰트로의 넉넉한 셔츠 드레스 스타일링을 따라 해도 좋다. 2008년 뷰티&헬스 사업가로 나선 팰트로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꼽으면서 속이 편안한 레시피를 공유하는 한편 자연스러운 패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요즘 Z세대가 입는다는 버뮤다 팬츠도 오버핏 셔츠와 함께 입으면 위화감 없이 소화할 수 있다.
중년 여성들이 애용하는 목 스카프는 멋스럽기도 하지만, 사실 목주름을 가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 목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영 허전하다면 줄리앤 무어의 노하우를 눈여겨봐도 되겠다. 아이보리 컬러의 바지와 회색 티셔츠의 심플한 조합에 한 수가 된 것은 굵직한 목걸이다. 귀걸이만큼이나 얼굴을 돋보이게 하고, 행여 목으로 쏠릴 시선을 막아주는 근사한 아이템이다. 이런 액세서리 선택에 중년의 과감함을 발휘해보자.
얼마 전 배우 황신혜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60세 넘은 사람이 머리를 기르는 것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했다. 나이 들면 긴 생머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전형적인’ 중년 헤어스타일에 사로잡혔다면, 영화 <서브스턴스>로 젊음을 욕망하는 사회를 무시무시하게 꼬집었던 데미 무어의 뚝심을 참고하자.
무어는 최근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긴 머리가 적절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며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긴 머리를 고수하는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55세부터 염색을 했다며 은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50 = 인생의 B면, 진짜 마법이 시작되는 지점.” 올해 50세를 맞은 드루 배리모어는 얼마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화장기 없는 얼굴 사진을 올리면서 이른바 ‘반백살’을 맞는 소감을 레코드의 B면에 빗대어 표현했다. 7세 때 영화 의 아역으로 데뷔해 젊은 시절 혹독한 방황의 시간을 보낸 배리모어는 누구보다도 기꺼이 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한 캠페인을 통해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건 특권이니까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 <더 드루 배리모어 쇼>에서 “할리우드 관행이라는 이유로 더 나은 외모를 얻기 위해 성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방송에서는 수년째 노메이크업을 고수하고 있는 배우 패멀라 앤더슨과 함께 민낯의 해방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1990년대 드라마 <베이워치>의 인기로 ‘섹스 심벌’로 통했던 앤더슨은 “화장을 끊은 후 시간을 아껴 나 자신을 찾고 만족스러운 삶을 얻었다”는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다이어트가 단골 주제로 등장하던 여성 시청자 대상 프로그램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오프라 윈프리 스페셜: 완경 혁명>에는 핼리 베리, 마리아 슈라이버 등의 할리우드 스타와 의료 전문가가 출연해 일반적으로 금기시되는 여성 건강을 주제로 중년 여성의 나은 미래를 위한 정보를 제시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나오미 와츠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노화를 맞이하고 있다. 와츠는 올 초 <감히 말하건대: 완경에 대해 내가 알았으면 하는 모든 것>을 펴냈다. 영화 <킹콩> 촬영을 마치고 임신을 준비하던 36세에 완경이 임박했다는 진단을 받았던 그는 당시 정보의 부재와 고립감을 겪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이 책은 미국에서 연간 7500만명의 여성이 피부 건조와 호르몬 수치 상승, 야간 발한 등 갱년기 증상을 겪지만 여전히 갱년기라는 단어가 일종의 낙인과 함께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하며 노화에 관한 유익한 가이드가 되고자 한다는 기획 취지를 밝혔다.
노화를 죄악시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맞서는 ‘여배우’들의 움직임에 ‘책받침 여신’ 브룩 실즈도 힘을 싣고 있다. 실즈는 지난 1월 <브룩 실즈는 늙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여성으로서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생각>을 출간했다. 여성의 연령 차별, 완경, 양육의 고충 등에 대해 자신의 경험은 물론 관련 통계 자료를 세세하게 소개해 “나이 드는 내 삶에 정말 필요한 강력한 메시지”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다” 등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실즈는 60번째 생일을 맞아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항상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기”가 목표라며 목장에서 어린양을 돌보는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노화를 맞이하는 자세는 거부의 시술이 아니라, 호기심과 도전이라는 것. ‘환갑’을 맞은 언니가 건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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